2020. 01.05
2019. 03.15
<장미 속 쓰레기>
원래 인간의 속내라는 것이 이런 것일 거다.
꽃 색과 보색(補色. complementary color)인
초록의 잎이 도와 꽃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고,
꽃은 그 덕에 한껏 뽐내며 꿀을 찾던 벌을 유혹한다.
그 꽃 너머 무엇이 있는지 호기심 많던 벌이 덤불을 젖혀 그 안을 볼라치면 가시는 장막을 친다.
타자에게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자기 본능적 방어 속성.
2020. 01.18
소년이여!
날아라 힘차게.
뛰어라 강하게.
내가 못한 힘참과
내가 못한 강함을
소년은 누려라.
-아들에게-
2020. 03.31
<불감증>
일상의 흔한 풍경
인간에겐 불감증이라는 병이 있다.
이미 이런 상황은 우리의 일상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됐기에 특별할 것도 없는 흔한 풍경이다.
그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그 적응된 불감증.
2020. 05.27
<80년 된 엄마의 재봉틀 그리고 콩기름 사건>
엄마의 특명이 떨어졌다.
재봉틀이 시집오기 전부터 있었으니 할머니 때부터 사용했던 것이
작년부터 작동이 안 된다는 것이다.
엄마가 너무 아쉬워해서 서울로 가져와 '미싱 수리 전문점'에 의뢰를 했다.
사연인즉!
동네에 어떤 재봉 고치는 사람, 아니 놈이, 다니면서 오래된 재봉틀을 보고
"오래돼 뭣도 갈아야 하고, 뭣도 갈아야 하고, 안 고치면 나중에 못 쓸 수 있다 "해서
수리하고 20만 원을 받아 갔다.
그리고 몇 달 뒤부터 작동이 안 된다는 것이다.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동네에서 네 집이 당했다.
시골 할머니들이 아무래도 사람들을 잘 믿다 보니 그런 수리 사기꾼 새끼에게 당한 것이다.
엄마는 그때 이야기를 하시며
'이 빌러 먹을 새끼~~' 화를 내신다. ㅋㅋㅋ
수리점에 맡겼더니...
아저씨가 "오~"하신다.
진품이란다.
이런 오래된 미싱들이 국내에서 만든 가품이 많았는데,
모든 부속에 각인이 돼 있는 것이라 진품이 맞다.
미국에서 생산된 것이며, 아마 당시 선교사가 가져와 판매한 것을 구매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몇 년쯤 됐냐 물으니 80년은 됐다고 한다.
오~~~
그런데 또 한 번 놀랜다.
"???? 미싱 기름이 친 게 아니라, 콩기름을 사용했냐고?"
사연을 이야기하니 사장님이 한탄을 하신다.
사장님은 "사기꾼 녀석이 그냥 수리하는 척하며 대충 콩기름칠 만하고,
몇 달 뒤 고장나면 다른 놈이 와서 싼 값에 가져 간다는 것이다.
참 수법하나 교묘하다.
사장님은 "이걸 수리하려면 다 뜯어 콩기름 딱아 수리해야 하니 시간이 제법 걸린다"라는 것이다.
결국 17만 원을 주고 수리해 왔다.
엄마에게 갖다 주니 좋아라 하신다. 싱글벙글~
그래서 이번 달 용돈은 이걸로 퉁쳤다.
그런데 또 "그 사기꾼 놈의 새끼"하며 욕을 하신다. ㅋㅋㅋ
하여튼 사기꾼 놈 잡긴 잡아야 하는데...
분명 그놈은 다른 곳에서도 세치 혀를 이용해 동일한 수법으로 그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거짓말을 하고 상대의 재산을 취득하는 사기꾼 짓은 아주 추악한 죄다.
그래서 교도소 죄수들끼리도 하찮은 떨거지로 보는 죄목이 "사기와 성폭행"범이다.
거기서는 죄수끼리도 천대받고 멸시 받는다.
"언제가 그놈 나에게 걸리면 재봉틀로 그 세치 혀를 꿰매 버릴 것이다. "
2020. 06.04
<아버지의 아버지의 망치>
한 집에 대를 이어 산 곳엔 오래된 물건들이 있게 마련이나 많은 것들이 사라지기도 했다.
우리 고향집도 그렇지만, 옛것이 새것에 밀려 많이 사라졌으나 아직 이것저것 물건들이 남아 있다.
옛 물건들은 투박하나 만듦새나 재질이 매우 옹골찬 것들이 많다.
이 망치는 아버지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가 쓰시던 것이다.
할아버지가 이런 물건을 유산으로 물려줬을 리 없겠으나, 그냥 자연스럽게 그 아들이 쓰게 되며 대물림된
그런 물건이었다.
그러니 대략 100년은 넘은 듯하다.
오랜 사용감으로 망치 머리 바닥이 닳고 닳아 둥그레져 제 역할을 못한 지 오래돼, 그저 한구석 턱 하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기에 서울로 가져와 나머지를 다듬었다.
이 상태를 간직하며 둘 것인지, 새로 다듬어 사용할 것인지 고민에 잠겼으나 이내 '망치는 망치다워야 망치'이기에 다듬기로 했다.
한 달 전, 고향 뒷산에 들어가 손잡이로 만들 물푸레나무를 잘라 그늘에 말렸다.
손잡이를 보면 구부러진 상태이나 사용과 기능성이 곧은 것보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무엇보다 손잡이가 곧아야 된다는 관념은 필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쁘다.
쇠 담금질과 다듬기를 어디서 배워 본 것도 아니니 그저 감과 이성적 판단으로 작업했기에
손발이 고생스럽기는 했으나, 다듬는 내내 할아버지는 어떻게 살았고, 아버지는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생각했고, 외세 침략에 오백 년 조선이 망하고, 전쟁이 나고, 격동의 그 시대 당신들의 격변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라는 멸망해도 역사는 남는다.
나라는 물질이고 역사는 정신이다.
그렇듯 이 망치는 다듬었기에 처음의 온전한 상태는 아니나
정신은 그대로 옮겨졌다.
"내겐 참 좋은 100년 넘은 명품 망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