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3.04
<918명>
918명의 연락처가 있다.
그 속엔 입력만 해 놓고 한 번 통화하지 않은 사람, 기억을 더듬어 더듬어도 더듬게만 되는 사람, 방금 통화한 사람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 많은 사람에게도 내 이름과 열한 자리 숫자가 기록돼 있다.
몇 년간 엄청난 스마트폰 보급과 소셜 사용 급증으로 언어에서 문자가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게 됐다.
문자가 언어보다 강력한 부분은 있겠으나, 언어가 가진 농 짙고, 미묘한 감정 표현엔 한계가 있다. 문자는 감정을 숨겨 꾸미기 쉽겠지만, 언어는 쉽지 않음은 분명한 듯하다.
어떤 날 모래알 세듯 <ㄱ>부터 <ㅎ>까지 훑어보니, 어떤 이는 봄볕처럼 따사롭고, 어떤 이는 여름처럼 신선하다. 어떤 이는 가을처럼 깊은 고즈넉함이, 어떤 이는 겨울처럼 차디차게 느껴진다.
봄볕 맞으며 봄볕처럼 따스한 분을 만나고 왔다.
강 하나만 건너면 될 것을 문자만 주고받고 찾아뵙질 못한 무심함이 부끄럽다.
달그락거리며 소리와 함께 식사하고, 쪼르륵 흘려 따라 마시는 보이차 서너 잔과 오디오 전문가의 손길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를 들고 있으니 몇 시간이 찻잔에 바닥이 보이듯 호로록 흘러가 버렸다.
문자에서 느껴지지 않는 깊은 사람 내음에 흠뻑 취한 여운을 안고 봄볕 맞으며 다시 강을 건너왔다.
다른 이에게 입력돼 있을 나.
어떤 이로 기억되고, 어떤 계절일까?
2016. 03.04
<만년필과 2B 연필>
글씨가 종이에 파르르 번지는 만년필과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는 2B 연필을 좋아한다.
손목 힘만 조절하면 더 진하게, 더 흐리게 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기에 메모나 아이디어 노트에 그릴 때는 주로 연필을 사용하고, 사인이나 문서 작성할 땐 청량감을 주는 파란 잉크 만년필을 좋아했다.
2, 30대 시절 만년필이나 펜촉에 잉크를 묻혀 사용하는 방식을 선호했으나,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볼펜 사용 빈도수가 높아졌다.
별 감흥 없는 볼펜을 한동안 생각 없이 사용했는지 더듬어 보니, 바쁜 세상 다소 불편함을 주던 펜 촉은 사치였을게다. 그만큼 여유란 거 없었는지 말이다.
그렇게 멍하니 볼펜을 사용하다가 몇 해 전 학생들이 푼푼이 돈을 모아 졸업 감사 선물로 받아 서랍 깊은 곳에 곰비임비 놓여있던 만년필을 꺼내 쓰기 시작했다.
그때 그 학생들은 여전히 사진을 하기도 하고,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기도 했고, 총각에서 아빠로, 아가씨에서 엄마로 살아가며 자신의 몫을 채워가며 삶을 꾸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6년 전 받은 펜이다.
더듬어 본 기억이 보들 거리는 목화솜 보푸라기 같다.
연필과 만년필을 좋아하는 것은 촉감과 소리 때문이다.
지질(紙質) 따라 언제나 같은 감을 주는 볼펜과는 다르게, 이 두 녀석은 어느 대중 가사에 ‘홑이불처럼 사각거리는’ 속삭임과 손끝 타고 움푹 페인 손바닥 가운데로 전해지는 공명으로 써 내려 가는 내내 맛깔스럽다. 그러고 보니 시끄러워 울 수 있는 딸깍, 찰칵거리는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 보면 어지간히 이런 취향임은 분명하다.
연필이야 나무를 깎아 쓰기에 나중엔 몽땅해져 소멸하기에 다시 새것을 깎아야 이미 길들여진 손이 익숙하지만, 펜촉은 쓰는 이의 글 흘림에 따라 촉의 결이 길들어지기에 펜이 나에게 맞춰 주게 된다.
오늘도 내 흘림의 시간에 길들이도록 몇 장을 써보았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2016. 06.15
<9,800원 옷>
딸아이가 오늘 강원도 2박 3일 수학여행을 갔다.
카톡 상태 메시지도 신나서 여행에 대한 글이 남겨져 있다.
학부모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있으니, 가슴이이 먹먹해지더니 눈물이 흐른다.
가뜩이나 비가 오는 날인데 말이다.
아이가 입고 간 옷을 보니 녀석이 가장 아끼는 옷일 것이다.
어딜 가면 항상 그 옷을 입는다.
어제는 처음으로 옷 하나 사달라고 인터넷 주소를 보내왔다.
그런데 달랑 9,800원짜리 옷이다.
사준다고 했더니 신이 났다.
그런데 오늘 알고 보니 수학여행 갈 때 옷을 고민한 것 같다.
다른 부모들은 여행 간다고 옷도, 신발도 사줬을 텐데,
난 그러지 못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지금 내가 좀 힘들핑계로….그렇게그렇게 덜러덩 나름 늘 아끼던 것을 입고 갔다.
가슴이 아픈 건 아이는 '아빠 힘들게 벌고 있으니까 아껴야지' 하는 말들을 자주 하곤 했다.
늘 좀 비싼 것을 사주면 미안해한다.
이렇게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 버린 녀석.
다른 더 비싸고 좋은 것도 많았을 텐데 굳이 9,800원 옷을 고른 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다.
차라리 땡강이라도 부리고 조르기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식에겐 아무리 퍼주어도 부족하다고 느끼게 마련이지만,
내 상황은 잘 다녀오라고 꼭 껴안아 주지도 못한 셈이다.
이런 미안함과 애잔함이 눈물샘을 건들고 말았다.
몇 년 전 3년만 고생하고 아이들을 데려와 같이 오손도손 모여 살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살았다.
조금 나아졌을 뿐 생각한 만큼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지출은 점점 늘고 수입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척 좋은 편도 아니다.
어찌 보면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단 생각도 든다.
여러 가지 심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대에부응 못 하는는 나의 기대감.
사람과 사람 사이를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무기력감.
지금 하는 순수 사진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막연함.
언제나 강한척하지만 강하지 않은 나를 알기에 하루가 무너져 버려 내린다.
누군가가 나를를 다독여 줄 무엇이든 있었으면 하는 하루다.
2016. 06.23
<영화배우 데뷔>
-영화배우 데뷔? [ 길 위의 수미]-
안녕하세요!
영화배우?
김정대입니다.ㅋㅋㅋ
어쩌다 출연하게 됐다.
삶의 하나의 이벤트라 생각하고 해보았다.
극 중 사진가로 나오는 배역으로 몇 줄 대사와 단독 장면을 찍으며 생각 외로 주변의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Take 5에 끝냈다….
내 연기를 모니터하는데 너무 오글거려 부끄러웠고, 메이크업 받는 내내 그 생각과 가득했다.
상대 배우 허 진 선생님 연기를 보니 역시 프로는 프로였다.
어차피 나의 일은 포스터 촬영하는 일이기에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하고 있다.
앞으로 칸에서 뵙겠습니다. ^^
2016. 09.09
<정확하다는 것>
Zone System.
얼마 전 지인(이하, A)과 함께, 진진하고 열정적인 사진가(이하, B)를 만날 자리가 있었다.
카페인 가득한 음료를 마시며 나눈 대화의 화두가 어쩌다 보니 사진 이야기로 채우게 됐다.
젠장~ 그러다가 A.B의 존 시스템 이야기로 한참을실랑이한다다.
E.I 값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 의견이 달랐기 때문에 A.B는 논쟁이 붙었다.
즉 '정확도'에 대한 논쟁과 잘못된 지식이었다.
거의 A.B 대화 수준은 화학을 넘어 물리학까지 넘어갈 판이다.
이러다가 "우탄생할생될 때 신이 있었니? 없었니?"까지 이르게 될 지경이다.
결국 A.B의 감정이 좋지 않게 되고 싸우기 일보 직전.
결국 C인 나에게 물어본다.
이게 참 누구의 편을 들고, 안 들고 문제가 아니라 그 지긋지긋한 ‘정확한 것에 대한 담론’과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는 일에 실물이 날대로 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결국 답변을 해 주긴 했지만 말이다.
“두 분은 단순히 농도계로 0.73~0.75를 찾으면 된다고 하는데,
중간 톤은 맞을지 몰라도 암부와 명부 톤에 대한 검증은 어찌하오리까.
두 분 대화가 틀리다 맞다 문제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단 N 현상 값을 찾기 위해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레이 카드를 약 6컷 촬영해 각각 현상 시간을 조금씩 조절하며, 유제 농도를 찾아 N 현상을 찾고, 다시 또 어두운 물체를 촬영해 암부 질감을 찾는
아주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E.I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확한 것을 원한다면 그 그레이 카드가 정확한지, 카메라 노출은 정확한지
검증해야 합니다. 우리가 믿고 사용하는 18% 그레이 카드는 엄밀히 따지면 실제 중성도, 18%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부분 파랑이 들어가 있고, 농도도 맞지 않습니다.
특히 흑백 필름의 경우 다른 색에 비해 청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더 밝게 찍힐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기에 충분한 오차 범위에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더니 계속되는 질문. 그럼 왜 정확히 안 만듭니까?
그렇게 오차가 거의 없이 만들면 유통상 문제도 있을 것이고, 모든 것을 중성 종이와 비닐에 담아 판매해야 하고,
판매처는 정확한 온. 습도를 보장하는 보관실에서 판매해야 하는데 그러면 가격이엄청나겠죠죠? 그것을 구매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계속되는 질문 ‘불편에 관한 이야기’
그건 ‘디지털 데이터’ 코드 숫자는 100년이 지나도 그 코드는 그대로 갑니다.
그런데 그 코드를 우리가 볼 수 있게 디지털 코드를 아날로그로 변환(DAC)하는데, 코드 분석 공식이야 그대로겠지만, 과연 그것을 보여주는 그래픽 카드나, 모니터나 프린터가 100년 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결국 그 코드가 영원성을 간직하겠지만, 우리가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하려는 사진가를 응원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 지나칠 정도로 하는 것은 과학자에게 넘기고,
우리는 허용 오차에 좀 더 관용을 베풀었으면 합니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1시간이 훌쩍 넘었다.
난 세상 사는 이야기와 우리가 사는 3차원의 세상을 어떻게 하면 4차원에 시각에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쩝
뭐~ 어찌 되었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날로그 때와 디지털 사진 때 달라진 의식들이 있다.
디지털 시대 문화에 사람들이 살면서 그 숫자 놀음에 사진의 허용 오차가 매우 각박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나쁘다고 일관하고 싶지만 않지만,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더 큰 것을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런 과정을 거쳐야 온전한 정확성의 여유로움을 찾는 것이지만,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그냥 바라만 본다.
2년 전 중앙대 신관에서 학생들 전시 출력 중 액자에 들어갈 사진 여백을 자르는데,
은재가 농담으로 말을 건넨다.
은재- 에이 좀정확하지 않은데요? ㅋㅋㅋ
나- “예술은 정확한 게 아니라, 적당한 거야.”
나도 그 말을 해 놓고 웃음이 나왔다.
정확하게 하고 싶은 1인이 그렇말했으니…. ㅠㅠㅠㅠㅠ ^^
2016. 10.22
<먹고 살기>
먹고 사는 것.
그것에 대해 지쳐 버린다.
앞지르려 달린다고 힘주어 달려 봤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제자리다.
현실은 언제나 저만치 수십 발짝 앞 먼발치에서
라도 기다려 주거나, 안쓰럽다고 뒤돌아봐 주질 않는다.
좋아질 거란 희망보단, 나빠질 거란 절망이 지배적인 시간이다.
계속 움츠러들고 구석의 골로 떠밀려 처박히고 있다.
2016. 12.03
집주인의 게으른 안목이 좋구나!
<나의 아이폰 노트-2016년 10월>
2016.10.25
꿈은 저편에 있고, 현실은 여기에 있다.
<나의 아이폰 노트-2016년 11월>
그동안 육체의 게으름이 정신의 게으름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1년 만에 사유[思惟]를 작성한다.
11.29.13:32
삶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우린 비로소 자살을 선택한다.
11.29.13:32
하루 하루를 반항하듯 그렇게 살아야 했는가?
이것은 누가 누구에게 던질수 있는 질문이란 말인가?
<나의 아이폰 노트-2016년 11월>
12.03. 2:32
빛은 어둠 속에 존재하고 어둠은 빛 속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