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1.10
<승부욕>
이런 쓰잘머리 없는 승부욕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8. 01.11
도축 증명서 그리고 등급판정서.
내 눈엔 합법적 살생 증명서로 보인다. 그리고 사체가 얼마나 맛있냐는 등급서.
인간의 잔인함에 대하여….
2018. 01.11
한 평 남짓한 공간엔 소유권을 가진 자의 배려로 몇 개의 인형이 있다.
배려라기보단 자기 면죄부를 얻기 위한 하나의 위안일 뿐이다.
우리가 그렇다.
우리는 모두는 그렇다.
사고할 수 있는 모든 종의 공통된 이기적 성향.
말라뮤트는 지금 우울증에 겪고 있다.
2018. 01.11
아이가 기억할지 모르겠다.
꽤 오래전 내 빅토리 녹스 멀티 톨을 보고 신기해하고, 갖고 싶어 했단 것을.
그땐 ‘넌 아직 어려서 더 크고, 나이가 두 자리가 되면 아빠가 사 줄 게’라고 했던 것을.
그 약속은 내 기억 속에 쐐기 점토판처럼 기록되어 있었고, 두 자리 나이 10살이 돼 생일 선물로 녀석의 품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너에게도 유용한 도구가 되듯, 너도 세상에 유용한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2018. 01.11
구름 그리고 고드름.
구름은 눈을 토했고,
처마는 눈을 받았고,
햇살은 눈을 안았다.
눈이 따뜻해할 때 즈음,
바람은 매몰차게 그를 굳혔다.
그렇게 겨울은 중턱에 서 있다.
2018. 01.11
참새가 앵무새에게 이야기했다.
‘너희들은 좋겠다. 먹을거리가 많아서’
앵무새가 참새에게 이야기했다.
‘너희들은 좋겠다. 날개를 펼 수 있어서’
2018. 02.02
온수매트 자가 수리.
도시가스 요금을 절반까지 줄여주고,
시린 겨울 봄볕 같은 따사로움만 안겨주던 너이기에 너의 아픔은 내게 시베리아 벌판과 같았다.…. 언제 내가 너를 그렇게 한없이 바라본 적이 있었단 말인가.
너의 속내를 바로 보고, 췌장이 아팠음을 알았을 때 나는 한없이 기뻐했다.
언제나 받기만 했던 내가, 너에게 한 가지라도 줄 수 있음에 기뻐했던 순간, 나는 또 다른 한 가지를 깨달았다.
너의 아픔을 치료하고, 너는 내게 기쁨이란 또 다른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너는 내게 언제나 주기만 했고, 나는 받기만 했다.
내 너를 일찍이 만나지 못함을 푸념했으나, 이제라도 만났음에 고마워하며 너에게 미소를 날린다.
수리 끝….사랑이란 것 또한 그런 것이다.
2018. 04.07
그해 그때 제주의 봄.
꽃이 활짝 피어 뽐내기를 다하고 떨어질 무렵,
그 꽃들을 따 먹고 뛰어놀던 아이들은
피우지 못한 몽우리로 떨어졌다.
지금은 꽃만 붉었으나,
그때는 개울도 붉었다.
-제주 어느 오지 계곡에서-
2018. 05.11
준경이 운동회다.
엄마들이 아이에게 준 물병이다.
알록달록하니 예쁘다.
엄마들이 많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상처 없이 너무 잘 자란 녀석이 오늘따라 애잔하다.
아니!
그 허전함을 이야기하지 않을 뿐, 가슴 한편엔 휑하니 구멍 뚫린 엄마 자리가 있다.
엄마를 대신해 준 누나에게 말할 수 없을 만큼 미안하고 고맙다.
2018. 05.24
가치다운 가치에 대한….몇 년 전부터 해외 명품 숍 인테리어 사진을 의뢰받아 촬영하고 있다.
100만 원이 넘는 청바지 가게, 1억이 넘는 밍크인지 담비 코트 가게,
1천만 원 가죽 재킷 파는 집, 몇백짜리 구두 등등 어지간히 많은 곳을 촬영하며 구경도 했다.
오늘 모자 숍 인테리어 촬영 중 담당이 하시는 말씀이 ‘모자 하나에 200만 원’이라는 말에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
담당에게 제작 과정을 듣고 있으면 받을 만한 물건이더라.
12년 전 스타킹 하나에 60만 원 명품을 촬영했었다.
그땐 ‘너무 비싸다’란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세월 흘러 나도 안목이란 게 생기고 나니,
한 땀 한 땀 수놓은 그 스타킹의 그 가격은 받을 만했다는 것을…
오늘 촬영비를 다 털어 넣어야 모자 하나 살 돈을 벌었더라도,
훗날 사진 한 장에 모자가 아닌, 모자 판매장 건물을 살 수 있는 가치를 갖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오늘의 생각.
“비싸고 나쁜 게 있어도 안 되지만, 싸고 좋은 게 있어도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싶소이다.”
“인정할 걸 부정해야 하고, 부정해야 할 것조차 인정해야 하는 그런 고꾸라진 세상이 아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부정할 건 부정할 수 있는 그런 세상.
그런 <당연한 세상>에 살고 싶소이다.”
2018. 06.12
<그래야만 했었나요>
어느 여름날,
밭매는 이에게 따가운 햇살을 피해 새참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었을 그 그늘이,
배추 생장을 방해했기에 밭 주인이 잘랐다기보다는,
어느 여름날,
몹시 세찬 바람에 부러진 가지를
잘라 주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유추해 본다.
2018. 09.08
이곳에선 글을 쓰기도 하고, 사색하기도 하고, 망상과 몽상을 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며, 수업하기도 하며, 프린트하기도 하며, 촬영하기도 한다.
하루 중 몇 시간머물기도 하지만, 72시간을 지내기도 하는 공간이다.
얼마 전마전 제출할 자료가 있어 작업 공간을 찍는데,
세상 어느 아름다운 곳 보다.
세상 어느 신성한 곳보다.
아름답고 신성하다 못해 숭고한 곳이더라.
공간에 지배당하지 않고,
공간을 채우고 다듬으며 만들어 나가는 그런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포근히 안기며
그 속에 내가 있었다.
2018. 09.08
거대 자본 힘이라 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과 의식을 철저하게 바꿔 놓았다.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든 아이스크림과 그것을 지급하기 위해
내민 카드는 어느덧 도마뱀을 공룡으로 키워 버렸다.
이젠 골목에 들어가도 동네 아낙이, 촌로가 하는 구멍가게는 보기 힘들어졌고,
식당은 간판 밑 00지점 표기된 것만 봐도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게 됐다.
동네마다 있던 촌스러운 별 다방도 'Star' 벅스 커피로 획일화된 개성 없는
실내 공간과 맛으로 길들여 버렸다.
용기가 있었는지, 세상 물정 몰랐는지 모를 젊은이가 차린 개성 넘치던 가게는
장사가 된다 싶더니 3년 만기 계약 기간 후 오른 가겟세에 버티지 못하고 없어지더니,
어느 날 그 자리엔 불쑥, 편의점이,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자릴 잡고 있었다.
획일화된 군부 시절 시대가 갔을 때쯤, 거대 자본은 교묘하게 신 자본 군부 시장을 만들어 내더니,
시장은 체인으로 역일 데로 역어 놨다.
가독성 높인 원조 간판은 '우리가 원조!'라는 소리는 지르는데,
그것이 정말 원조인지조차 모르는 헛갈린 세상이다.
원조가 모조된 가짜들의 자기 동일성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