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 사진전
Cheon Sang-byeong poem photo
천상병 시 사진전
Cheon Sang-byeong poem photo
제12회
천상병예술제 김정대 시 사진전
2015년 4월25일(토) ~ 5월3일(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작가 머리말
동양화와 서양화의 여러 형식적 차이 중 하나는, 동양화에는 그림에 글을 함께
담는다는 점이다.
동양에서는 그림만으로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없기에, 글과 함께 담아내는
문인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서양화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19세기 사진의 발명은 시각 예술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한 세기 반이 흐른 지금, 과학의 발전과 디지털 기술은 사진은
물론 모든 예술 분야와 사람들의 생활 양식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이런 시대에 그림이 아닌 사진과 글의 만남은 새로운 시도라기보다,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문인화가 사진으로 대체된 연장선상의 작업이며, 이 시대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천재 시인의 시를 시각화하기 위해 이에 맞는 사진을 찍고,
때론 이미 찍어 놓은 사진을 재해석했던 작업은 쉽지도 순탄하지도 않았지만,
나에겐 시를 해석하고 시각화하는, 의미 깊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진의 부족함이야 말해 무엇하랴.
내 걱정은 시인에게 누가 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언제나 새를, 술을, 아내를 좋아했고, 가난은 직업처럼 받아들이던
그가 어떤 부자보다 더 부자답게 살았음이 시를 읽는 내내 흐뭇했지만,
가슴 한켠은 여전히 아려온다.
전시가 시작되는 2015년 4월 25일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우리 집 뜰의 봄>에 나온 첫 구절 '오늘은 1991년 4월 25일
뜰에 매화가 한창이다.'처럼
오늘은 그의 집 뜰에도 매화가 한창 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매화 가지 사이로 함박웃음 가득한 새 한 마리도 앉아 있을 것이다.
# 귀천 글꼴 제공 국민대학교 김민 교수
# 예술 감독 김 병호
Artist's Note
Among the several formal differences between Eastern and Western painting,
one is that Eastern painting incorporates text directly into the image.
In the East, because a painting alone could never convey everything,
the literati painting tradition—pairing image with text—became established as its own genre. As times changed, Western-style painting came to dominate, and the invention of photography in the 19th century marked a major turning point in the visual arts.
A century and a half later, advances in science and digital technology are bringing sweeping change not only to photography, but to every field of art
and to the very fabric of how people live.
In such an age, the meeting of photograph and text—rather than painting and text
—is not so much a new experiment as it is an extension of what literati painting has been doing for centuries, now simply carried forward with photography in place of the brush:
a natural union suited to this era.
The work of photographing images to visualize the poems of a great poet, and at times reinterpreting photographs already taken, was neither easy nor smooth. But for me,
it was a profound new challenge—to interpret a poem and give it visual form.
Of the photograph's inadequacy, what more is there to say.
My only hope is that I have not brought shame upon the poet.
He always loved birds, drink, and his wife, and accepted poverty as though it were his calling.
Reading his poems, I was moved again and again by how he lived more richly than any wealthy man—and yet, even now, a corner of my heart still aches.
The exhibition opens on April 25, 1991.
Coincidence?
Or destiny?
As the opening line of Spring in Our Garden reads: "Today is April 25th, 1991.
The plum blossoms are in full bloom in the garden."
Today, the plum blossoms must be in full bloom in his garden as well.
And somewhere among the plum branches, a bird sits, wearing the broadest of smiles.
# Font for "Gwicheon" (귀천) provided by Professor Kim Min, Kookmin University.
#Artistic Director Kim Byung-ho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09_Printed 2015
가족
우리집 가족이라곤
1989년 나와 아내와 장모님과 조카딸 목영진 뿐입니다.
나는 나대로 원고료(토류차)를 벌고 아내는 찻집 귀천(베)을 경영하고 조카딸 영진이는 한복제작으로 돈을 벌고
장모님은 나이 팔십인데도 정정하시고...
하느님이시여!
우리가족에게 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09_Printed 2015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09_Printed 2015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4_Printed 2015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3_Printed 2015
새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3_Printed 2015
봄을 위하여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08_Printed 2015
나의 가난함
나는 볼품없이 가난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다.
내 형제들 셋은 부산에서 잘 살지만
형제들 신세는 딱 질색이다.
각 문학사에서 날 돌봐주고
몇몇 문인이들이 날 도와주고
그러니 나는 불편함을 모른다.
다만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가난해도
나는 가장 행복을 맛본다.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
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해야한다.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0_Printed 2015
먼 산
나는 의정부에 사는데
먼 산이 잘 바라보이고
뭔가 내게 속삭이는 것 같고
나를 자꾸 부르는 것 같다.
게으른뱅이인 나는
찾아가지는 안 했지만
언젠가 한번은 놀러 갈까 한다.
먼 산은 아주 옛날처럼 보이고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돌아가신 분들 같기도 하고
황성옛터 같다.
새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프란시코는
은총 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과 백야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느데...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3_Printed 2015
새소리
새는 언제나 명랑하고 즐겁다.
하늘밑이 새의 나라고,
어디서나 거리낌 없다.
자유롭고 기쁜 것이다.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새소리다.
그런데 그 소리를
울음소리일지 모른다고
어떤 시인이 했는데,
얼빠진 말이다.
새의 지저귐은
삶의 환희요 기쁨이다.
우리도 아무쪼록 새처럼
명랑하고 즐겁워하자!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새소리다.
그 소리를 괴로움으로 듣다니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놈이냐.
하는 아래가 가유롭고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새는 아랫도리 인간을
불쌍히 보고
아리랑 아리랑 하고
부를지 모른다.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4_Printed 2015
서대문에서 -새-
지난날,
너 다녀간 바 있는 무수한 나뭇가지 사이로
빛은 가고 어둠이 보인다.
차가웁다.
죽어가는 자의 입에서
불어노는 바람은 소슬하고,
한번도 정각을 말한 적 없는
시계탑 침이 자정 가까이에서 졸고있다.
계절은 가장 오래 기다린 자를 위해
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너의 새여...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3_Printed 2015
우리집 뜰의 봄
오늘은 구십일년 사월 이십오일
뜰에 매화가 한창이다.
라일락도 피고
홍매화도 피었다.
봄 향기 가득하다.
꽃송이들은
자랑스러운듯
힘차게 피고 있다.
봄 기풍이 난만하고
천하를 이룬 것 같다.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1_Printed 2015
촌 놈
나는 의정부시 변두리에 살지만
서울과는 팔십미터 거리다
그러니 서울과 교통상으로는
별다름이 없지만
바로 근처에 논과 밭이 있으니
나는 촌놈인 것이다
서울에 살면
구백만 명 중 한 사람이지만
나는 이제 그렇지가 않다
촌놈은 참으로 행복하다
나는 노래 불러야한다
이 대견한 행복을
어찌 노래 부르지 않으리요
하늘이여 하늘이여
나의 노래는 하늘의 것입니다.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3_Printed 2015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4_Printed 2015
하 늘
하늘은 가이없다.
무한한 하늘은 끝이 없다.
어디까지가 하늘이냐
도무지 알 수 없다.
구름은 떠가지만
그건 유한한 하늘이고
새는 날으지만 낮은 하늘이고
우리는 그저 하늘을 받들면 그만이다.
태양은 빛을 보내고
달도 빛을 보내지만
우리는 그 빛의 고마움을 모르고
그저 고맙다고만 한다.
Return to Heaven_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_60×60cm_Photographed 2011_Printed 2015
한낮의 별빛 -새-
돌담 가까이
창가에 흰 빨래들
지붕 가까이
애기처럼 고이 잠든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슬픔 옆에서
지겨운 기다림
사랑의 몸짓 옆에서
맴도는 저 세상같은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물결 위에서
바윗덩이 위에서
사막 위에서
극으로 달리는
한 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새는
온갖 한낮의 별빛 계곡을 횡당하면서
울고 있다.